오늘도 무사히
오늘도 새벽녘의 해가 동이 틀 즈음이면, 나의 하루일과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또 나에게 무슨 일이 갑작스럽게 닥쳐올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잠시동안이나마 머리를 맑게 하고 집을 나서면서 다짐을 합니다. 어떤 일이 돌출되더라도 당황하지말고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자고 말입니다.
일터에 나와서는 밀렸던 일 추진해야 할 일들을 챙기면서, 이 사람 저 사람들과 의논을 하거나 설득도 해보면서, 해야 할 일들과 씨름을 해야 합니다.
일을 하다가 어떨 때엔 머리도 빌리고, 어떨 때엔 다리도 빌리고, 어떨 때엔 자존심도 내려놓고, 그리고 어떨 때엔 무안을 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 이렇게도 스스로를 속박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도 해 봅니다.
그렇게 주어진 일에만 정신이 팔렸다가 세상이 제대로 잘 돌아가고있는지, 나는 지금 제대로 잘 가고있는지를 살펴볼 여유조차 없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석양 떨어져 서산에 노을이 질 무렵이면, 대체로 중요한 하루 일을 정리를 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게 하루일과의 끝은 아닙니다.
생활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위험이 상존하는 현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수많은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들어서면서 가족들 중 한 사람이라도 늦어져 내 눈앞에 보이질 않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달빛 교교히 비추는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기 전, 가족들의 환한 표정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오늘도 아무 탈없이 지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나의 긴 그림자 連, 오늘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일도 오늘과도 같이 평안한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05. 1. 박순원 散文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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