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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순례 행 (巡禮 行)

정윤맘 2009. 6. 3. 10:36

 

순례 행 (巡禮 行)

 

 

나는 날마다 기도하는 순례자.

더러는 인적이 끊어진 길을 지나면서

자기자신과 싸워 극복해야 한다네.

 

세월이 흘러도 나는 잊지않으리라.

양손을 쳐들어 궂은 날씨와 부대끼면서

그리도 힘들게 버텨오지를 않았더냐.

 

오늘도 진리를 찾아 나서는 길에

나의 지혜로 선악을 판단할 수 없다면

나는 그저 지식만 좇는 방랑자일 뿐.

 

내 눈빛이 시계를 꿰뚫지 못하고

내 발걸음이 유혹들을 따돌리지 못하면

나는 가던 길을 멈춰서야 한다네.

 

 

나는 날마다 기도하는 순례자.

더러는 아무도 다니지않은 길을 가면서

자기자신을 세워 정진해야 한다네.

 

세월이 물어도 나는 말하지않으리라.

손가락마디마다 깊은 뿌리를 내리면서

그리도 모질게 살아오지를 않았더냐.

 

오늘도 본연을 찾아 나서는 길에

나의 손끝으로 냉온을 구분할 수 없다면

나는 그저 재물만 쌓는 방랑자일 뿐.

 

황량한 사막의 모래밭을 넘지 못하고

망망한 바다의 파도를 헤쳐가지 못하면

나는 가던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네.

 

( 2009. 3. 박순원 글집에서 )

출처 : 박순원 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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