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옷을 이해하려면 그림을 통하는 것이 더 쉽고 친근할지 모른다. 같은 그림을 여러 번 보아왔을 것이고 그와 유사한 그림들을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서 우리 옷을 발견하기보다 우리 옷을 그린 그림을 발견함이 어떨까하는 의도에서 그림속의 복식읽기를 시도해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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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조선시대 후기의 대표화가 신윤복의 작품으로 30점이 전해지는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중 <주사거배(酒肆擧盃)>이다. 술자리를 파하는 장면인 듯 하며 아쉬운 듯 젓가락질을 하는 이도 보이고 빨리 가자는 듯 재촉하는 이도 보인다. 우리는 이런 그림처럼 그 시대의 생활상들을 엿 볼 수 있는 그림을 풍속화라 한다. 이러한 풍속화는 당시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하겠다. 여인의 옷을 보자. 치마, 저고리를 입고 있으며 소매 끝(끝동)과 깃의 색깔이 다르다. 우리는 이 윗옷을 ‘반회장저고리’라 하고 이 반회장저고리에 다른 색의 천이 겨드랑이 부분에 덧대어져 있으면 ‘삼회장저고리’라 한다. 여인의 겨드랑이 쪽을 보자. 치마말기가 보일정도로 저고리의 길이가 무척이나 짧으며 활동하기 불편할 정도로 꼭 끼여 입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시대에는 정말 이렇게 입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조선시대 영조 때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예전의 여복은 넓게 만들어 혼인 시 의복을 죽었을 때도 입었는데 지금은 소매가 너무 좁아 입기도 어렵고 구부리면 바느질이 틀어지고 잠깐 입어도 불편하여 벗을 때는 소매를 뜯어서 벗으니 이는 창기들이 남성에게 아양을 부릴 때 복장이다. 세속의 남자들이 처첩에게 권하여 풍습이 되니 급히 고쳐야 할 것이다‘라고 하며,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부녀의 짧은 저고리는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귀천이 통용하니 매우 해괴하다’고 하였다. 남성의 옷을 살펴보자. 안에 입은 옷은 보여 지지는 않으나 저고리 바지를 입고 그 위에 겉옷을 걸친 형태이다. 그런데 그 겉옷에서 조금씩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가운데에 보이는 하얀 옷을 입은 이를 보자. 이는 조선 후기 남자들의 대표적인 겉옷 중의 하나인 ‘중치막’이다. 옆 자락이 다 트여 있으며 소매가 상당히 넓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생긴 ‘창의’라는 겉옷이 있는데 이는 중치막보다 소매가 넓으며 옆선에 삼각무를 달아 아랫부분을 넓게 만들어 뒤를 트게 만든 옷이다. 그 옆에 있는 이의 겉옷을 보자. 푸른색 겉옷을 걸치고 있다. 설명된 중치막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트임이 없고 허리선 보다는 올라간 곳에 주름이 잡혀져 있다. 이를 ‘철릭’이라 한다. 이 주름 잡혀진 곳의 위치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주름 잡혀진 정도가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중치막과 철릭은 ‘포’의 한 종류로 외출 시 덧입는 옷이다. 깃이 둥근지 곧은지, 옆선에 붙어있는 무가 있는지 없는지, 소매가 넓고 좁은지, 뒷자락이 트였는지, 옆자락이 트였는지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진다. 물론 여자 옷에서도 포가 존재하긴 했으나 점차 가리개 대용으로 사용되면서 포는 남성들의 대표 옷으로 지칭되었다. 이런 포위에 ‘흑립’이라 하여 머리에 무언가를 쓴다. 싸는 종류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는데 갓의 일종이고 이 흑립이 갓을 대표한다. 재촉하는 이를 살펴보자. 다른 이들과 차별되는 몇 가지를 볼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 하급관리 나장의 대표적인 옷으로 조건(머리두건)을 쓰며 겉옷으로 철릭을 입고 그 위에 ‘반비의’를 걸친 옷이다. 어깨만 걸친 듯해 보이나 이는 소매가 약간 있는 형태에서 앞자락이 뒤쪽으로 넘어간 상태의 옷이라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상 등장하는 이들의 복식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참 비슷하게 생긴 옷들이 용도와 계층에 따라 다른 복장을 하고 있으며 문헌을 통해 전해 들었던 그 시대가 엄격한 신분 사회였음을 확인하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보여 지는 것들과 보이지는 않지만 말하고 있는 역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추정을 한다. 그림을 통한 우리 옷 한복 읽기가 낯설게만, 생소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듯하다. 작은 접근이 익숙함을 만들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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