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문을 닫을 지경이었던 시장은 생활한복의 붐으로 활기를 띄었고 기존의 한복시장마저 생활한복 위주로 판도가 바뀌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성을 빠르게 뒤쫓는 것은 결국 무분별한 디자인의 졸속 상품으로 연결되기 마련이었고, 전통성은 물론 심미성에 있어 비난 받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한국인으로서 우리 옷을 입어야 하는 당위성을 상실하게 하였고, 급기야 생활한복은 소박한 서민의 이미지 대신 ‘마당쇠’와 같은 저급하고 촌스러운 가치로 떨어지기에 이릅니다.
이를 떨치기 위해 생활한복의 고급화 또는 예복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화려한 이미지의 생활한복들이 명절이나 혼수 때에 성수기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이는 ‘생활 속의 우리 옷’을 표방하던 생활 한복 본연의 가치 지향점을 더욱 잃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회만을 포착하여 시장에 뛰어들면서 일상복에 주력하지 못했던 예복 위주의 브랜드들은 현재 대부분 없어졌거나 매우 작은 규모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급속한 팽창과 쇠퇴가 뒤이은 시기를 지나 지금은 몇 안 되는 브랜드들이 명맥을 유지하면서 ‘생활한복’이라 불리었던 우리 옷은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성숙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